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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울수록 채워지는 마음, 미니멀라이프

기사승인 [1534호] 2016.11.21  06: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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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부터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 중인 김효원 씨는 사용하지 않는 색조 화장품과 신발장을 오래 차지하고 있던 신발을 비워냈다. 처음에는 단순히 자신의 개성을 표현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구입했던 물건들이 불편하게 느껴지고 있었던 것이다. 넘쳐나는 물건에 피로했던 김효원 씨는 보다 빈 공간에서 삶의 여유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니멀 라이프’란 단순함을 추구하는 문화적 흐름을 나타내는 ‘미니멀리즘’과 삶을 뜻하는 ‘라이프’가 더해진 말로, 불필요한 것을 최소화하는 삶의 방식을 뜻한다. 미니멀 라이프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인들에게 자리 잡은 ‘한순간 모든 것이 사라질 수 있다’라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이를 느낀 사람들은 물건에 집착하기보다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는 삶의 방식에 집중하게 된 것이다. 일본에서 시작된 미니멀 라이프는 어느새 우리나라에도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대형 서점에는 관련 도서 판매량이 크게 증가했고,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서도 미니멀 라이프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니멀 라이프 관련 인터넷 카페 ‘심플라이프’ 탁진현 운영자는 “미니멀라이프 관련 서적이 최근 우리나라에도 발간되고 있고 미니멀 라이프를 공유하는 커뮤니티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물질이 풍부한 산업 사회로 들어서면서 사람들은 본질적으로 필요한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과시하고 남보다 더 많이 가지기 위한 소비를 하는 행태가 만연해 왔다. 미니멀 라이프는 식습관, 가구 등 다양한 범위의 영역에서 필요한 것만 소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물질적으로는 비교적 풍요로워졌지만 정신적으로는 빈곤한 소비사회에서 불필요한 물건을 소유하기 위해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해왔다는 것을 느끼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탁진현 운영자는 “물건 구입도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남에게 어떻게 보일까에 신경 쓰는 경우가 많다”며 “SNS에 이를 과시하는 사진을 올리는 것도 하나의 현상”이라고 전했다. 최근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기 시작한 신현주(충북 청주시, 28) 씨는 “물건을 살 때 정말 필요한 것인지 스스로 거듭 질문을 해본다”며 “모든 영역에서 시도는 힘들 수 있지만 정리가 필요한 하나의 영역부터 시도해 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정보화 사회에 들어서면서 과잉 정보와 불필요한 인간관계도 현대인들의 피로를 유발하고 있다. 미니멀 라이프는 소비습관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 정보 수용과 같은 삶의 전반적인 영역에도 영향을 미친다. 신현주 씨는 “내 정신건강에 피해를 주는 사람은 멀리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사람을 가까이 한다”며 “만나는 사람은 적겠지만 진정으로 소중한 사람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SNS를 멀리하는 박지수(대구시, 21) 씨도 “SNS는 정보와 소통이 활발하지만 인간관계와 정보가 불확실하게 느껴진다”며 “개인의 사생활이 노출되는 문제도 염려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조화순(연세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익명성 등으로 인한 불확실한 정보와 복잡해진 인간관계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미니멀 라이프는 디지털 기기를 멀리하며 자신의 내면에 집중해 자아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미니멀 라이프는 취업난 등의 경제적 어려움에서 파생된 타의적인 문화라는 의견도 있다. 이정희(중앙대 경제학) 교수는 “미니멀 라이프는 경제 불황이고 1인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불황기 속에서 돈을 쓰지 않아 소비가 축소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는 사람들은 경제 불황에서 파생된 문화라는 점에는 동의를 표하지만 소비를 줄이는 것만이 미니멀 라이프의 전부가 아님을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탁진현 운영자는 “내 몸에서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는 것부터 업무환경, 관계 등 삶의 전체 영역”이라며 “미니멀 라이프를 경제적 측면과 인테리어 측면으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으로 추구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미니멀 라이프가 삶의 전방위적인 방식이 아닌 단순한 유행에 그치는 것에 대한 경계의 시선도 존재한다. 탁진현 운영자는 “물건을 버리고 북유럽 제품으로 집을 채우는 것이 미니멀 라이프는 아니다”라며 “주변 환경을 정리하며 인간관계나 SNS 등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준영(상명대 소비자주거학) 교수는 “소유에 대한 욕망을 버리고 간소한 삶을 추구하는 것은 개인에게도 환경에게도 긍정적인 대안적 소비문화”라며 “하지만 물건을 버리는 것이 또 다른 소비를 조장한다는 측면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김미주 기자 o3oolo@pusan.ac.kr

<저작권자 © 부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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